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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

질소는 과연 이로운 가스일까?

게시일 2011-06-20 15:36
공기중 가장 많이 함유된 가스 질소,질소는 과연 우리에게 이로운 가스일까요?
다음의 칼럼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19세기말 인류는 식량 부족의 어두운 그림자에 싸여 있었다. 맬서스는 인구 증가는 식량 공급을 초과하게 될 것을 예견했고 인구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결국 인류를 파멸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흔히 질소의 위기라 불리는 19세기말의 이 위기는 한 자연과학자의 노력으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됐고 인류는 그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오늘날의 풍요와 고도문명을 누릴 수 있었다. 공중 질소로부터 암모니아를 합성해 비료를 만드는 방법이 등장한 것이다.노벨상 정신에 가장 부합과학을 통해 인류를 기아의 위기에서 구한 사람은 독일의 화학자 프릿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였다.
실제로 19세기 말 농업생산성은 더 이상 증가되지 못하고 정체상태에 있었는데 이때의 세계인구는 16억 정도였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지구상의 인구는 네 배나 증가했으니 농업생산력이 얼마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농경이 시작된 이래 인류는 식량을 거의 전적으로 토지에 의존해왔다. 경작할 수 있는 토지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변화는 굉장한 것이었다. 한 과학자의 연구가 인류에게 얼마나 큰 공헌을 한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노벨은 유언장에서 전년도에 물리학, 화학, 의학 또는 생리학, 문학, 그리고 평화 분야에서 '인류에게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도록 명시했는데, 1918 년에 하버에게 수여된 노벨 화학상은 노벨상의 정신에 가장 잘 부합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식량 증산에 한계를 가져오는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식량을 구성하는 주된 화학 원소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그리고 인이다. 식물은 잎을 통해 받아들이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로부터 탄소와 산소를, 그리고 뿌리를 통해 흡수한 물에서 나온 수소를 얻는다. 이렇게 얻어진 원소들은 광합성을 통해 최종적으로 탄수화물이 된다. 그런데 단백질, 핵산, 인지질 등을 만들려면 탄소, 수소, 산소 이외에도 질소와 인이 필수적이다. 대개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와 물은 풍부하지만 질소와 인은 부족하다. 그래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질소와 인을 비료의 형태로 외부에서 공급해줘야만 한다.인은 인산염을 많이 포함한 암석을 산으로 처리해서 비료로 얻을 수 있고, 또 식물에 필요한 소량의 칼륨도 재를 뿌려서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질소 성분은 퇴비나 동물의 분뇨, 그리고 무기 질산염(칠레 초석, NaNO3)이나 구아노(페루의 태평양 연안에 바닷새의 똥이 퇴적돼 굳어진 것)를 통해 얻어왔으나 그 양이 적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양은 많지만 잡히지 않는 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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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에는 78%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의 질소가 포함돼 있지만 정작 식물에 필요한 질소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문제였다. 공기 중의 질소는 두개의 질소 원자가 삼중결합에 의해 단단히 묶여있는 분자(N=N)이기 때문에 이들 원자를 떼어내 식물세포가 이용할 수 있는 암모늄 이온(NH4-)이나 질산 이온(NO3-)으로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이를 질소고정이라 함).
자연에서는 두 가지 방법에 의해 공기 중의 질소가 고정된다. 번개가 칠 때 그 에너지에 의해 질소분자의 결합이 깨져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고정되지만, 이러한 양은 많지 않다. 또 콩이나 아카시아 같은 콩과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는 뿌리혹 박테리아 등에 의해서도 질소고정이 일어난다. 과거에는 콩을 다른 작물과 번갈아 심거나 콩과 식물이 자란 후에 갈아엎는 등의 방법을 통해 농업 생산량을 상당히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질소를 얻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농업생산량은 더 이상 늘 수 없었다.
1900년대 말까지 질소고정 문제의 해결을 위해 몇 가지 공업적인 방안이 시도됐으나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서 경제성이 있는 대안이 되지 못했다. 1899년에 바스프(BASF, 세계적인 화학공업회사로 지금도 영업 중)사에 근무하던 보슈(Carl Bosch, 1931년 노벨 화학상 수상)가 하버보다 먼저 질소와 수소를 직접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연구를 시작했지만 합성조건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하버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저명한 화학자인 분젠과 연구를 했고, 1891년 베를린에 있는 샤를로덴베르크 공과대학에서 유기화학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몇몇 산업체에서 일하다가 1894년 칼스루헤에 있는 프레데릭 공과대학에 조수로 가면서 일생의 전기를 맞게 됐다. 칼스루헤에 도착하자마자 하버는 유명한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 1903년 노벨 화학상 수상)의 제자인 물리화학자 루긴과 물리화학(화학반응의 물리적인 원리를 탐구하는 분야)을 연구했다. 당시만 해도 물리화학은 새로운 분야였다.
하버는 에너지의 전달의 기본 개념을 이용해 탄화수소의 분해에 관한 실험 결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문제에 크게 매력을 느꼈다.
그는 정열을 기울여 전기화학, 열역학 등 중요한 물리화학의 분야를 섭렵하고, 곧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성장했다. 특히 1905년에 출간한 '공업적 기체 반응의 열역학'은 열역학적 데이터를 기초로 중요한 기체 반응의 효과를 넓은 온도 범위에서 계산하는 방법을 제시한 고전이 됐다.

더 많이 더 빨리 암모니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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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하버는 기체 반응의 물리화학적 이해를 토대로 기체 상태의 질소와 수소를 직접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만드는 연구에 착수했다. 이 반응은 아래와 같이 간단한 반응식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하버는 반응을 통해 암모니아를 효과적으로 얻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평형과 반응 속도라는 두 가지 면을 함께 고려했다.

N2(기체)+3H2(기체)-- 2NH3(기체)

질소와 수소를 섞어 온도를 높여주면 암모니아가 생기는 반응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반응이 일어나지 않
고 용기 속의 기체들이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이때의 화학평형은 두 개의 어항을 관으로 연결하고 한 쪽에 여러 마리의 물고기를 넣으면 물고기는 양쪽 어항을 드나들면서 어느 시간에 두 어항의 물고기 숫자가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에 비유해 볼 수 있다. 평형 상태에서는 물고기가 계속 양쪽으로 왔다 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변화가 없는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조건이 변하면 처음과 반대 방향으로도 화학반응이 진행될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을 가역 과정이라 부른다.
암모니아 합성 반응도 마찬가지로 가역 반응이었다. 하버는 암모니아가 많이 생긴 상태에서 평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온도, 압력 등의 조건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형형조건을 찾았다고 해도 평형 조건은 평형이 이루어졌을 때 반응물과 생성물이 어떤 비율로 섞여 있는가를 말해 줄뿐이었다. 평형에 도달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 즉 반응속도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우선 질소 분자와 수소 분자의 화학 결합이 깨져야 암모니아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질소는 삼중 결합을 이루고 있는 안정한 분자이므로 이 반응은 보통의 온도에서는 아주 느리게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온도를 높여주면 반응하는 분자들이 높은 운동에너지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단위 시간당 충돌 횟수가 증가하고 충돌에 의해 화학 결합이 깨지면서 재결합 생성물을 만들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반응속도가 증가한다. 그런데 이 반응은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생성물의 에너지 상태가 반응물의 에너지보다 낮은 발열 반응이다. 발열 반응 시에는 외부에서 열을 가해주면 열을 줄이는 방향으로, 즉 위의 반응에서는 평형이 왼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반응에서 나온 열을 처리해야 할 판인데 밖에서 오히려 열을 가해주니 차라리 암모니아가 그 열을 이용해서 다시 분해되어 에너지가 높은 원래의 질소와 수소로 되돌아간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는 이 역반응의 속도가 더욱 빨라져서 암모니아를 얻는데 이중으로 불리한 조건이 만들어진다. 반면에 온도를 낮추면 평형을 이루는 데는 유리하지만, 반응 속도가 너무 느려져서 실제적으로 암모니아가 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촉매, 암모니아 곳간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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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는 이러한 제한조건 속에서 암모니아를 얻기에 알맞은 온도를 유지하면서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촉매를 사용했다. 촉매란 반응의 평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반응속도를 바꿀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모든 화학 반응에는 반응물과 생성물 사이에 높은 에너지 장벽이 있어서 이 장벽을 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반응물만이 생성물로 바뀌게 마련이다. 만일 이런 장벽이 없다면 우리 주위에서 여러 가지 화학 반응이 저절로 일어나서 엄청난 재앙을 일어날 것이다. 간단한 예로 산화 반응에 관계되는 에너지 장벽이 어느 순간에 없어진다면 종이, 나무, 석탄 등 탈 수 있는 물질들이 저절로 산소와 결합해서 우리 주위는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다. 촉매가 반응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이유는 반응 때 에너지 장벽을 낮추어서 화학 반응이 빨리 진행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속도를 느리게 하려면 에너지 장벽을 높이는 촉매를 쓰면 된다. 마치 중매쟁이가 서먹서먹해 하는 남녀를 만나게 주선해서 결혼에 이르게 해주는 격이다. 우리 몸처럼 낮은 온도 상태에서도 여러 가지 생화학적 반응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도 효소라는 단백질 촉매의 작용 때문이다.
그런데 촉매를 사용하면 암모니아가 생성되는 정반응의 속도도 빨라지지만, 반대로 암모니아가 질소와 수소로 분해하는 역반응의 속도도 빨라진다. 따라서 암모니아를 얻는 효율을 높이려면 평형을 암모니아가 생성되는 방향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온도를 낮추는 것은 반응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하버는 높은 온도를 유지하면서 아주 높은 압력을 가하여 평형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촉매를 이용한 암모니아 합성은 당시 물리화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오스트발트(1909년 노벨 화학상 수상)도 시도했다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일이었는데, 하버는 높은 압력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대량생산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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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반응식을 보면 네 개의 기체 분자(한개의 질소 분자와 세 개의 수소 분자)가 반응하면 두 개의 암모니아 분자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반응의 결과로 분자수가 절반으로 줄기 때문에 압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때문에 압력을 가하면 압력이 줄어드는 방향, 즉 암모니아가 생성되는 방향으로 평형이 이동하게 된다. 게다가 만들어진 암모니아를 계속적으로 제거하면 역시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는 방향으로 평형이 이동한다.
하버는 평형조건에 대한 물리화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5백℃, 2백기압 조건에서 오스뮴과 우라늄을 촉매로 쓰면 약 6-10% 수율로 암모니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후 이를 공업화하기 위해 하버는 1909년에 보슈와 협력하기로 하고 굴지의 화학공업회사인 바스프(BASF)사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냈다. 1913년 9월에 처음으로 하루에 20t의 암모니아가 공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 공정은 하버-보슈 공정으로 불리는데, 하버와 보슈는 이 업적을 평가받아 각각 1918 년과 1931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하버가 처음에 사용한 촉매인 오스뮴은 구하기가 어려워 암모니아의 대량생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보슈의 연구원들은 가능한 모든 원소들의 촉매 활성을 다 조사해보았는데, 약 2만 번의 실험 끝에 산화알루미늄이 소량 들어 있는 산화철이 효과적인 촉매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 후 여러 가지 금속 산화물이 들어있는 보다 효율이 높은 촉매가 속속 개발됐다. 오늘날 암모니아 합성에는 알루미늄, 칼슘, 칼륨, 규소, 마그네슘, 그리고 미량의 티탄, 바나듐, 지르코늄의 산화물이 들어있는 촉매가 사용되고 있다.

과학의 양면성, 비료가 폭탄원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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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적으로 약 1억7천5백만t의 질소가 경작지에 뿌려지고 약 절반이 작물에 흡수되는데, 그 중 약 40%가 하버-보슈 공정을통해 합성한 인조 비료로 공급되고 있다. 사람이 섭취하는 단백질의 약 75%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농작물에서 나온다면 세계 인구가 섭취하는 단백질의 약 3분의 1이 질소 비료에서 나오는 셈이다.
암모니아는 질소 비료의 원료 뿐 아니라 폭발물 제조에 필수적인 질산의 원료로도 중요하다. 하버-보슈 공정으로 만들어진 암모니아를 산화시키면 쉽게 질산을 만들 수 있는데,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를 만드는데 사용한 니트로 글리세린은 글리세린에 질산을 처리해서 만든다. 20세기초에 독일은 칠레 초석을 수입해서 질산을 얻었다. 1차 세계대전(1914-18) 중에 초석 수입이 중단됐지만 하버-보슈 공정 덕분에 독일은 계속해서 폭탄 제조를 할 수 있었다.
1차 대전 중 카이제르 빌헬름 물리화학연구소 소장으로 있던 하버는 염소를 독가스로 쓰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그는 그렇게 해서라도 빨리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인류의 고통을 줄이는 길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독가스가 연합군에게 처음으로 사용되던 날 하버의 부인은 자살했고, 종전 후 하버는 전범으로 낙인 찍혔다.
질소 비료를 값싸게 공급해서 인류를 재앙에서 구출한 하버가 세계대전 중에 독일이 사용한 폭약과 독가스의 제조에 관련됐던 것을 보면 과학과 과학자의 양면성을 보는 듯하다. 과학의 발견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과학자만이 아닌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이다.


출처 : 과학동아 (글/김희준(서울대 화학과 부교수, 분석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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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소의 물성   2010-11-21 21:42